조용한 마을에 소박한 겨울해 자리잡고 을씨년스러운 삼신할멈 사당앞까지 비취며 한 나절 나이를 먹어간다. 양지바른 산허리에 자리잡은 묫등 위로 어제 내려 쌓인 눈이 햇살 머금고 녹아 내리면 부드러운 산들바람 대나무숲을 지나며 처녀 가슴 셀레게 한다. 병풍처럼 마을을 품고 있는 뒤산에 오르면 분칠한 듯 새하얀 각선미 뽑내는 자작들의 춤사레는 하루의 피곤을 씻겨내는 손주들의 재롱처럼 든든한 살림밑천이 되어 흐믓하게 한다. 어느덧 짧은 겨울해 뉘엿뉘엿 넘어가고 굴뚝에 연기오르면 나무하러간 똘이도 개울에 빨래간 순이도 바쁜 손, 언 손 불어가며 저녁인가 한다. 그렇게 농촌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며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