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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산을 닮고 싶은 나

onchris 2020. 9. 27.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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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절경

아침이슬 머금은 풀잎도

마루에 걸터 앉은 뭉게구름도

어설픈 어린 꽃봉오리의 수줍은 숨소리도

시린도록 계곡물도

넉넉히 품고 보듬은  후더운 평상바위도

모두 품고 있는 악산을 닮고 싶다.

악산을 닮으면 눈이 배부르고

악산을 닮으면 가슴이 시원하며

악산을 닮으면 머리에선 엔돌핀이 넘치고

악산을 닮으면 세상을 가진 것처럼

나는 나를 잊고 악산이 되고 싶다.

내가 악산이 되면 작고 소소한  기쁨이 배가 되고

내가 악산이 되면 모두 즐거워 보이며

내가 악산이 되면 값없이 나누며 웃으며

내가 악산이 되면 넉넉한 정을 나누고

내가 악산이 되면 한없이 퍼주며

내가 악산이 되면 모두의 어머니가 되리라

담뿍 패인 바윗틈으로 찾아온 오후 햇살처럼

굽이쳐 흘러가는 산마루 위의 저녁구름처럼

소담한 저녁놀 사이로 뻗어 자작처럼

내일을 위해 보금자리를 준비하는 산짐승처럼

일년 삼백육십오일 한결같은 모습 그대로

모나지 않는 포근한  얼굴로 언제나 자리에서

악산은 나를 기다린다.

이런 악산을 어떻게  싫어 한단 말인가?

나는 그래서 악산을 좋아한다.

나는 그래서 악산을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악산을 흠모한다.

그래서 나는 악산을 알고싶다.

몸이 흠뻑 적실때까지

소소한 오솔길부터 드넓은 어깨너머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나는 오늘밤 꿈속에서 악산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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