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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

onchris 2020. 9. 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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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좋아했던 시입니다. 
 
 
                                                           조지훈 작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말이 있음을 알았을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잊혀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해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마지막 한 잔은
이미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해

 
 

조지훈(趙芝薰, 1920.12.3∼1968.5.17)
경상북도 영양(英陽) 출생. 본명 동탁(東卓). 엄격한 가풍 속에서 한학을
배우고 독학으로 혜화전문(惠化專門)을 졸업하였다.1939년《고풍의상(古風衣裳)
《승무(僧舞)1940년 《봉황수(鳳凰愁)》로 《문장(文章)》지의 추천을 받아
시단에 데뷔했다.
고전적 풍물을 소재로 하여 우아하고 섬세하게 민족정서를 노래한 시풍으로
기대를 모았고, 박두진(朴斗鎭) ·박목월(朴木月)과 함께 1946년 시집
《청록집(靑鹿集)》을 간행하여 ‘청록파’라 불리게 되었다.
시집으로 《풀잎 단장(斷章)》, 《조지훈시선(趙芝薰詩選)》,
《역사(歷史) 앞에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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