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ight 3days : 이게 가능한가?
여행인데 여행을 이렇게 갈려고 계획하거나 실제로 이런 여행을 간 경우가 있을까? 매우 드문 일이지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차때문에 생기는 경우를 제외하면 갑작스런 일정변경이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지난 주말에 1박 3일로 시드니를 다녀 왔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저녁 9시에 차를 몰고 멜본에서 시드니로 갔기 때문이다. 이번이 벌써 5번째 야간운전인 셈이다. 멜본에서 시드니까지 930km이고 주유하는 시간을 빼고 무작정 쉬지 않고 가면 10시간 정도 걸리는 어마어마한 거리인데 이 거리는 사울에서 부산까지의 2배가 넘는 거리이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도 이런 무모한 야간운전을 감행해서 토요일 아침 6시 50분에 딸내미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었고 그리고 하룻밤 자고 일요일 저녁 7시 30분 비행기로 시드니 공항을 떠나 멜본 집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 되었었으니 정확하게 1박 3일의 여행이었던 것이었다.
온 몸이 피곤에 쩔어 마치 물먹은 솜처럼 늘어지고 눈은 감기기 일쑤였지만 마음 한편으론 당연히 아빠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버텼다. 월요일부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촉박한 일정으로 갔다 올 수 밖에 없었던 사정도 한 몫을 했다.
이제 딸내미는 시드니에서 살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렌트집이지만 집도 구했고 필요한 살림살이도 대부분 구해서 준비해 주었다. 이민을 와서 지금까지 우리 4식구가 함께 살았었는데 이제 딸내미는 우리 품을 떠나 시드니에서 공부하고 공부가 끝나면 멜본이 아닌 시드니에서 일을 찾고 계속해서 살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불현듯 나의 분가했던 일이 생각난다. 부모의 도움없이 오롯이 내 힘으로 모든 것을 준비하고 결혼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었는데 ... 힘들었었지. 하지만 나는 조금이나마 딸내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한결 편안한 마음이 든다. 모든 일이 계획하고 의도한대로 되면 좋겠지만 항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살면서 체험했듯이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도 녹록하질 않으리라 마음을 다 잡고 열심을 다해 보리라 다짐해본다.
아들내미가 차를 몰고 공항에서 나를 마중하기 위해 온다고 한다. 어느덧 다 커서 운전을 해서 공항으로 픽업을 온다고 하니 든든하기도 하면서 안전하게 잘 오길 간구해본다. 이제 마지막 공부를 올해 안에 끝내고 자기의 일을 찾아 스스로 살이가는 모습을 빨리 보고싶고 그런 아들을 위해서 또 딸내미처럼 준비해주며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머지않은내일을 고대하며 깊은 잠을 청하는 일요일 아니 월요일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