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엄마를 뵙지 못 했다. 일년에 한번씩 뵙고 그간 못 나눈 정을 나누었는데 이 무지막지한 바이러스로 인해 내게 가장 소중한 시간을 갖을 수가 없었다. 이제 엄마의 연세가 한국나이로 89세가 되어 많이 연로해지실줄 알았는데 훨씬 더 건강하고 자주 웃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일년 12달 좁은 병실의 침대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을 할 수 없는 가운데 계시지만 네게 보이시는 얼굴은 괜찮다는 표정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신다. 이제 4일후면 어머니의 생신인데 병원은 모든 면회가 금지되어서 생신을 혼자 보내셔야 한다. 병원에서 특별한 것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화상통화로 축하해 드릴수 밖에 없어서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불효자식이 멀리 호주에서 엄마의 생신을 축하하며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랍니다.
풍으로 인해 오른손을 쓰지 못하신데 지금은 아무도 방문을 할 수 없어 점점 더 굳어가는 것을 느낀다. 작년초까지만 해도 머리 위쪽으로 들어 올리셨는데 지금은 겨우 이마까지 그것도 잠시동안만 들수 있을 정도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화상통화로 함께 운동을 하지만 한계가 있어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 해 죄송한 마음이다. 다행스러운건 치매의 진행이 빨라져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요즈음 진행이 더디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입을 떨리고 침을 흘리시며 혀가 자주 나오면서 많은 기억을 잃어가는 것을 느낄 정도였는데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평온한 모습을 보이시며 예전보다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밝아지셨다. 기력도 나쁘지 않으신 것 같고 시력이나 청력도 무난하시고 ...지금처럼 건강을 유지하며 살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병원에서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해주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의 복이겠지만 좋은 간병사님들을 만나신 것도 큰 도움을 받는 것 같다. 외로운 병실생활에서 자기 스스로 대소변을 처리할 수 없는 엄마이기에 가장 중요한 역활을 하는 분이 간병사님인데 매번 만나는 분들마다 엄마에게 참 잘 하신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매번 화상통화할때마다 20여분을 엄마하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눈다. 뭐 그리 할 말이 많아서 20여분을 통화할까 하지만 나는 통화를 하면서 제일 먼저 엄마의 표정을 살핀다. 기분은 어떠신지, 기력은 괜찬으신지, 얼굴에 무슨 상처는 없는지, 눈은 잘 뜨는지, 평상시와 다른 점은 없는지, 그리고 식사는 어떠셨는지 등 시시꼴꼴한 것들을 화면으로 통해 확인하고 점검한다. 대부분은 내가 말을 하고 엄마는 짧게 대답하는 형식이지만 집요하게 엄마에게 말을 하게끔 부추킨다. 말을 한다는 것은 머리로 생각을 하고 그에 맞는 말을 찾아서 입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기에 엄마에겐 매우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20분전에 식사하신 반찬을 기억하지 못 한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하지만 나는 집요하게 물어본다. 무슨 반찬을 드셨는지. 생각이 나지 않고 말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웃음으로 얼머부리고 계면쩍게 웃으시며 어물쩍 넘어가신다. 하지만 가끔은 놀랄정도로 정확하게 옛날 일을 기억하시고 물어 보시기도 해서 기분을 들뜨게 하시는지 모르겠다.
지난 일년간 엄마하고 숫자세기를 한다. 1부터 100까지 서수로 센다. 한번에 1에서 30까지, 30에서 50까지, 50에서 70까지 그리고 70에서 100까지 함께 센다. 처음에는 힘들어 하셨는데 지금은 너무 잘 세신다. 지금은 1에서 30까지 혼자서 끝까지 세시는데 옆에 계시는 간병사님이 놀라시며 웃는다. 일주일에 4번씩 하는 화상통화때마다 반갑게 웃으며 맞아 주시는 엄마는 천상의 나의 엄마이시다. 그리고 끝날때 들려 주시는 덕담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는 멋진 엄마의 응원이 되어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신다. 언제나 든든하게 힘이 되어 힘들고 지치고 어려울때마다 환한 미소로 박수를 보내시는 엄마가 있기에 오늘도 나는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고맙습니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