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코로나의 위력

onchris 2020. 12. 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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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한번씩 어머니를 뵙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데 올해는 듣도 못한 역병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여기에서 극성스럽게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하다가 이제 좀 잠잠해지니 한국이 이 역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조짐이 예사스럽지 않다는 느낌으로 등골이 싸해진다. 근 일년을 온 세상을 혼돈의 구렁텅이로 몰아놓고도 성이 차지 않는지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단하다는 말이외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도록 강요하고 있고 많은 부분이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이 일반적인 순리이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받아드리고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인데 지금은 마치 흐르는 물줄기를 강제로 돌려 디른 방향으로 흐르도록 만드는 것과 같이 우리에게 강력하게 모든 것을 바꾸라고 꾸짖듯이 어필중이다. 세상에 내놓으라는 재능을 가진 사람도 뛰어난 머리를 자랑하는 수재도 도무지 그 갈무리를 하지도 못 할뿐더러 방향도 잡지 못 하는 상황이다. 나온다고 하는 백신이나 치료제도 매우 제한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지 어느 누구도 확신의 말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드니에서 공부하고 는 딸내미도 크리스마스 즈음에 오기로 해서 이것 저것  분주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제부터 시드니 북부에 위치한 비치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여 그간 잠잠했던 호주가 비상상태에 놓여있다. 아마 한국처럼 천명씩 감염자가 나오면 여기는 상상하기 힘든 패닉에 빠지리라 생각한다.  아직은 10명에서 20명사이인데 예전에 여기 멜본에서 발생했던 추이를 보면 감염되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최소한 2달에서 길게는 3달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으로 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을 하고 다시 천안정도 가야 하는 거리인 멜본과 시드니인데 발생한지 2일만에 우리는 보고픈 딸내미를 못 볼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지금도 Travel Permit으로 오고 가고 있는데 조만간 Border Closed가 되지 않으까 한다.  6개월만에 보는 건데 이 무지막지한 코로나는 당연한 만남도 막는 냉혈한 바이러스이며 관계의 변화를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4번씩 화상통화를 하며 엄마와 대화를 하지만 어디 직접 얼굴로 대면하는 것과 같을 수 있을까? 이제 십여일만 있으면 2021년 새해가 되는데 그러면 89세가 되는 엄마는 중풍과 치매로 병원에 계신지 6년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4형제가 있어 많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정말 답답하고 힘드신 병원생활이지만 묵묵히 견디며 통화할때마다 환하게 웃어 주시는 모습에 너무나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 하나 가득이다. 치매의 진전이 더디셔서 참 다행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기억을 상실하시고 말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어눌해져 정상적인 대화가 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하지만 잘 견디시고 큰 문제없이 지내고 계셔서 감사할 뿐이다. 건강하실때 엄마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다 해 드리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며 지금은 몸이 자유롭지 못해 제한적인 활동만 가능하기에 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일이 되어 버렸다. 한국의 자랑거리중에 하나가 서울에 있는 전철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수시로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때가 많다. 멜본의 전철과 비교하면 당연히 비교불가일 정도로 잘 운행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엄마를 모시고 전철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엄마와 함께 구경을 하기 위해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도 힘이 들어 들아오는 길은 파김치가 되곤 했었다.  휠체어를 이용할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전철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많은데 일반역에는 한개 정도밖에 없으며 동선이 너무 멀고 어떤 역은 고장수리중인 곳도 있으며 환승하는 곳은 안내표지판도 미흡하여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게 되니 자연스럽게 다시 휠체어로 전철을 타는 것이 겁이 나고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매번 시행착오를 하면서 타고 내리는데 무난한 곳을  찾아가며 다닐수는 없지 않은가?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을 장애인으로 채용해서 일을 맡기면 될 것으로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신할 수 있다. 장애인의 시각에서 보면 어떻게 하면 불편하지 않게 편의시설을 할 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외형은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휘황찬란한 모습을 우리는 자랑스러워해도 좋지만 그 뒤껸으로 어설픈 부족한 부분이 산재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경험사례를 이야기하자면 병.의원 그리고 치과, 안과는 많은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특히 우리 엄마처럼 거동이 불편하여 휠체어를 이용해서 내원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휠체어가 접근하지 못하는 곳에 이런 시설이 있고 허가가 나서 영업을 한다는 것을 보고 황당하고 말이 막히는 경험을 직접하면서 또 한번 놀란 일이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을 너무 자랑하는 것처럼 느껴서 거부감이 들수도 있지만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고 하면 이러한 사소한 것부터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이런 시설에서는 반드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어려움없이 찾을 수 있도록 시설(슬로프계단, 엘리베이터)을 하지 않으면 허가 자체가 나질 않는다. 3년전 방문했을때 엄마의 눈에 침침하시다고 해서 안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안과는 2층에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엘리베이터까지 접근하는데 5개정도 되는 계단이 놓여 있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안전하게 올라갈 수가 없는 상태였다. 올라갈때는 뒷걸음으로 들어 올리며 어렵게 올라갔지만 치료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한참을 주저주저하며 계단앞에서 서성거렸다. 혼자서 휠체를 계단으로 내려올 염두가 나지 않았고 혹시나 넘어지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는 대형 불상사가 불을 보듯 뻔했기에 오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말이 안되는 곳에 버젓이 허가를 내주고 영업을 하는 것에 화도 났으며 뾰족한  방법이 없어 정말 막막했었다. 결국 휠체어를 온몸으로 지탱하고 한계단씩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 와서 가슴을 쓸어 내리는 말도 안되는 일을 당하면서 많은 부분이 개선이 되고 바꿔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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